국가의 경제 개입은 자유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진정으로 저해시키는가?
-최저 임금제와 수요 독점 모델을 중심으로
- 최저 임금제에 대한 기존 통념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 우리나라는 혼합 경제 체제를 차용하여 자유 시장을 기본으로 하되 최저임금법 등 몇 가지 국가 개입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계획 경제 체제 및 큰 정부의 개입이 형평성을 중시하는 행위이고 자유 시장 체제에 비해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최저임금은 고용자가 피고용인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일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정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국가는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최저 임금의 형태로 그것을 실현코자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산업혁명 시절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았던 노동자들과,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 일인 전태일 분신 사건 등 노동권 운동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최초의 최저임금 제도는 1894년 뉴질랜드 정부에 의해 시행되었고 미국은 1938년, 프랑스는 1950년, 우리나라는 1986년에 처음 시행되었다.
이러한 최저 임금제에 대한 20세기 경제학자들의 입장은 유사했다. ‘최저 임금과 같은 국가의 개입은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198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티글러 교수는 “국가경제에 단일한 최저임금을 실시하거나 시장균형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노동자에게 더 많은 해고통지서를 전달하고 비효율적 자원배분을 일으킨다” 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20세기 경제학자들의 주류 주장이었으며 계획 경제 체제와 자유시장 경제 체제가 추구하는 목표로 생각할 때 이것은 타당해 보인다. 1980년대 초 활동했던 밀턴 프리드먼(그 또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도 최저 임금제가 저소득 노동자의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본 목적과 달리 오히려 실업률을 높이는 실패한 국가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용 유연화에 대한 목소리는 주로 기업인이나 자본가, 기득권층들의 목소리로 주장되어 왔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로 최저 임금제는 비효율적 경제 정책이고, 저임금 노동자의 실업률을 높이는 실패한 정책일까? 그렇지 않다고 2021 노벨상은 말하고 있다. 2021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논문이 바로 1994년에 쓰여진
형평성이라는 목적을 뛰어넘어, 최저 임금제는 경제의 효율성에도 기여하는 경제 제도라고 볼 수 있음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 최저임금제는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
‘최저임금과 고용: 뉴저지와 펜실베니아 패스트푸드 산업 사례 연구’, 1994년 9월 데이비드 카드 교수가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1992년 뉴저지주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최저 임금을 시행했고, 바로 서쪽에 붙은 펜실베니아주는 기존 최저임금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존 경제학자들의 통념대로라면 뉴저지주의 고용률이 낮아지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데이비드 교수가 두 주의 접경 지역에 있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총 410곳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 전후에 걸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뉴저지주의 고용률에서 유의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펜실베니아에 비해 13% 증가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카드 교수의 논문이 발표되자 전세계 경제학계가 달려들었다. 그의 연구 결과는 그동안의 경제학계의 통념을 뒤집는 것이었기에, 곧장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논쟁에 대한 ‘일치된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나, 로버트 교수(1987년 노벨상 수상자)는 수요 공급 경제 모델에서 “이론적으로는 최저 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지만, 이런 현상을 증명하고 뒷받침할 실제적 결과는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수요 독점 경제 모델에서는 ‘이론적으로 최저 임금제가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가능’ 하다.
여기서 수요 독점 모델이란 수요자 1명이 독점력을 행사하는 시장 구조를 말한다. 다수의 수요자와 1명의 공급자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경제 모델인 수요 공급 모델과는 정반대라고 보면 좋다. 수요 독점 이론은 경제학자 조안이 제시했다. 수요 독점인 노동시장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 독점력의 원천은 근로자의 직업 선호도와 이직 비용을 예로 들 수 있다. 근로자의 수요를 만족하는 기업의 수가 적을 경우, 독점 기업이 발생하게 되고, 수요 독점 모델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잘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수요 독점 모델에서, 최저임금이 어떻게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일까.
어떤 기업이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하고 싶다면, 임금을 인상하여 새로운 근로자를 유인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임금이 50만원이었고, 적절히 인상한 임금이 100만원이라고 해보자. 그런데 신입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인상하면, 자연히 기존 근로자의 임금도 인상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근로자가 자신의 노동 환경 개선을 제의할 것이고, 그것은 기업 입장에서 신규 근로자를 뽑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감소시키는 흐름이다. 따라서 기업은 신규 근로자를 뽑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때 최저 임금이 150만원으로 정해졌다고 해보자. 이 경우 기업은 기존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신규 근로자를 유인할 수 있게 된다. 즉, 최저 임금제가 있을 경우 신규 근로자를 뽑음으로써 얻는 이득이 최저 임금 제정 전보다 커진다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 움직이므로, 이론적으로 고용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수요 독점 모델에서의 설명이다. 실제로 데이비드 교수 등은 본인들의 연구 결과가 나온 이유로 수요 독점 모델에서의 설명을 들었다. 물론 그들도 최저 임금의 제정이 무조건적으로 고용률을 높인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다만 기존의 통념과 달리 최저 임금은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하면 좀 더 잘 와닿는다. 우리나라의 고용 시장은 사실 수요 독점 모델에 가깝다. 학벌주의와 계급주의, 팽배한 경쟁 의식으로 근로자들의 기업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편향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을 묻는다면 어떤 기업들이 언급될지,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나눌 뿐 아니라 ‘전문직’과 같은 단어를 사용해 학력이 중요한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을 나누기도 한다. 그 결과 흔히 3D 직종이라 불리는 건설업, 농경업에 종사하는 것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로, 대한민국의 1차 산업은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 노종자 덕분에 겨우 유지되는 실정이며, 신규 근로자를 원함에도 충원되지 못한 중소기업은 약 12%에 달한다. 그런 반면 여전히 대기업의 경쟁률은 치열하며, 생각해보면 3D 직종만큼 위험하고 힘든 일인 경찰관 시험의 경쟁률도 약 20대 1로 높았다. 환경미화공무원의 경쟁률도 17.2대 1. 심지어 응시자의 절반 이상이 2~30대라고 2018년 고용노동부는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3D 업종이 임금을 높이고 노동 환경을 개선한다면 근로자들의 선호도가 분산되어 전체 고용률은 증가하고, 모든 직종의 근로자가 최소 생활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다만 이 주장은 수요 독점 모델의 주요 논지와는 약간 벗어나 있다.(수요 독점 모델은 독점 기업에서의 고용률 증가에 대해 주로 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는 미충원 인원이 발생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1차 산업 전반을 기대는 와중에 청년의 실업률은 높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최저 임금의 인상을 통해 전반적인 직종의 선호도를 균형 있게 높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수요 독점 모델의 관점에서도, 앞서 든 예시를 중소 기업에 동일히 대입해본다면 중소 기업은 전보다 높은 임금으로 신규 근로자를 유인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더불어 나는 최저 임금의 인상으로 인한 고용의 증가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계급화 의식을 걷어낼 수 있는 시작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직종 계급화 타파에 대한 기대
앞서 근로자의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학벌주의에 의해, 특정 대학을 졸업하면 그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현혹’은 사회로 나온 신규 근로자로 하여금 선호도를 편향적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동안의 경쟁에 대한 보상 심리가 취업에서 나타나는 것이다-당연하게도,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청년은 자신이 복지도 별로 없고 일은 많은데 임금은 적은 중소기업이나 3D 직종에서 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공무원이나 대기업의 취업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다시 경쟁이 시작된다. 보상을 바랬던 행동이 되려 새로운 경쟁을 부추기게 된 것이다.
그런 경쟁을 통해 선호도가 높은, 이를테면 대기업 등에 취직하게 될 경우, 근로자는 ‘새로운 보상 심리’를 가지게 된다. 내가 이렇게 고생하여 여기까지 왔으므로, 임금 외의 사회적 위치까지 보장받기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상 심리가 사회 계급화를 촉진하고, 또 실현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흔히들 의사는 전문직이라 부르고 편의점 알바 등은 비숙련직이라 부른다. 두 직종의 임금 차이가 불평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두 직종에 대한 사람들의 계급화 된 사고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심코 전문직은 사회적으로 위치가 높은 사람, 비숙련직은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경제 문제에 대해 의사 A 씨와 편의점 알바 B 씨가 각각 의견을 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 A 씨의 말에 보다 신뢰를 느낄 것이다. 실제로 의사 A 씨는 전혀 경제 문제의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품 홍보용 티비 프로에서 익히 사용되는 수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인상과 노동 환경의 대대적인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나는 이러한 직종에 대한 계급화도 흐려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비합리적인 보상 심리의 발생은 교육 제도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으로, 근본적으로 교육에서의 해결도 시급하지만, 여기서는 교육을 마치고 사회로 나온 청년 근로자를 중심으로 논해보자. 중소기업 및 3D 기업의 환경이 개선되면 근로자의 보상 심리는 충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히려 대기업 근로자가 왜 내가 중소기업 근로자와 별 차이가 없는 임금을 받냐며 불평할 것이다. 대기업도 무한정 임금을 인상해줄 수는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노동 환경의 개선과 중소기업의 성장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상당히 희망적인 기대이다. 물론 이러한 기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실제 노동 현장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하고, 경제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한다.
- 결론
최저 임금제는 형평성만을 추구하여 경제 효율을 저해시키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근 몇 년, 나는 뉴스에서 최저 임금의 인상으로 못 살겠다는 자영업자의 인터뷰나 중소기업의 고충에 들어왔다. 물론 그들의 고충을 없는 것 취급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기존의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던 것처럼 최저 임금은 자영업자 및 중소 기업의 피해나 저소득 노동자의 실업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률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