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혹시, 궁금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수학은 왜 배우는 걸까요? 우리는 종종 수학에 분노하곤 합니다.
“왜 자꾸 달력을 찢는건데? 왜 소금물을 섞는거야? 원형 트랙을 돌며 서로 만나는 시각 정도는 몰라도 되지 않을까?”
이번 글에서는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비전공자에게 수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죠.
이론적으로는…
수학 교육론에서는 왜 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할까요? 크게 다음의 세 가지와 같다고 합니다.
- 논리적 추론의 정신적 능력을 배양하는 수단이 된다.
- 수학은 여러 분야에서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수학 그 자체의 문화적 가치와 심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론적인 이야기를 들이밀어 봤자, “도대체 수학의 어디가 아름다운건데?”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수학의 아름다움은 쉽게 알기 힘들고, 느껴본다 하더라도 다시 막막한 문제 앞에 서면 간단히 잊어버리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수학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에 집중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왜 생긴 걸까?
그렇다면 수학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수학을 쓰기 시작한 이유에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흔적은 BC 3500년경의 레봄보 뼈(Lebombo bone)라고 합니다. 뼈에 29개의 눈금이 그어져있고, 이것이 달의 위상을 세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는 주장이 제안되었습니다.
한편 이집트에서는, 매년 나일강이 범람하여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강이 흘러 넘치며 농토가 엉망이 되고, 농지의 경계를 다시 복구하면서 도량형을 통일하고 도형을 다루는 기하학이 발달한 것이죠. 또한 나일강의 범람 시기를 알아내 범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달력을 일찍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슨 수학?
현재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기에 앞서 수학이 뭘 하는 학문인지 알아봅시다. 수학의 세부 분야 중 대표적인 것을 간략하게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수학
- 수 대신 문자를 사용하듯, 일반화된 수학적 법칙을 연구합니다.
- 수의 특징을 연구하는 수론, 집합과 군, 환, 체 등의 성질을 연구하는 군론, 객체 사이의 연결 관계에 따른 특징을 분석하는 그래프 이론 등이 대수학에 해당합니다.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포여 열거 정리, 오일러 회로는 대수학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기하학
- 공간과 도형에 관한 연구입니다.
- 보통의 이상적 공간을 다루는 유클리드 기하학, 연결성 및 연속성 등에 집중하는 위상수학, 부분과 전체가 닮은 구조를 띄는 프랙탈 등을 다루는 프랙탈 기하학 등의 학문이 기하학에 해당합니다.
- 피타고라스의 정리, 코흐 눈송이 등이 기하학에 해당합니다.
해석학
- 미적분학을 활용하여 어떤 대상에 관한 엄밀한 탐구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 다루는 대상에 따라 실해석학, 복소해석학, 함수해석학 등으로 불립니다.
- 혼돈이론은 해석학에서 이용되는 이론의 한 예시입니다.
수학기초론
- 수학의 기초를 확실히 세우기 위한 학문입니다.
- 집합론, 범주론, 수리논리학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응용수학
- 확률론, 통계학, 게임이론, 수치해석학 등 수학을 다른 분야와 접목하여 분석의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쓸까?
수학에는 정말 다양한 세부 분류로 나뉘어 연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수학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 게임에서
게임에서는 다양한 수학이 사용됩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예시로는 Delaunay Triangulation을 활용한 그래픽 최적화가 있습니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점을 저장하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매우 약간의 자연스러움을 포기하는 대신 시간과 메모리 측면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죠. Delaunay Triangulation은 객체의 표면을 삼각화하여 자연스러우면서도 그래픽 구현에 필요한 자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사원수를 활용한 그래픽 최적화, 삼각함수를 활용한 직교좌표계-극좌표계 변환 등의 수학이 게임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 생물학에서
수학의 방정식은 어떠한 조건을 만족하는 수치를 찾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미분방정식은 함수의 미분과 관련된 방정식으로, 해석학의 여러 연구를 통해 특정한 꼴의 미분방정식을 푸는 방법이 여럿 알려져 있습니다. 수리생물학에서는 종종 호르몬의 농도, 화학 반응의 속도 등의 변수에 관한 미분방정식을 푸는 것으로 자연 현상을 분석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KAIST 김재경 교수님의 Molecular Cell 지에 2015년 10월 개제된 생체시계의 유지 원리에 관한 논문이 있습니다.
- 정리하자면
수학이 처음 발생할 때와 현재 수학이 이용되는 방식을 살펴보면, 어떤 상태를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학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수학은 모두가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과 개념들의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 이용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근데, 나는 수학과 관련 없이 살건데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봅시다. 아무리 수학이 수학, 과학 연구자에게 유용하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수학이나 과학을 연구하며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수학을 배우는 것일까요? 피타고라스 법칙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하며, 삼각함수를 활용해 건물 높이 재는 법은 왜 배우는 것일까요?
앞서 수학이 어떤 상태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용되는 학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수학을 학습하고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해결할 방법을 떠올릴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게 됩니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 어떤 논리적 근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일정이 꽉 차있을 때 이를 어떻게 배분할지 우리는 수학을 통해 기른 사고력으로 해결책에 도달하는 길을 찾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오직 수학, 과학 연구자에게만 들이닥치는 일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아마 이것이겠죠.
책 하나만 소개할게요!
본문에서는 수학의 실리적인 부분만을 조명했습니다만, 수학의 심미성 역시 수학을 배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영국의 수학자 고드프레이 해럴드 하디는 당시 실리적 목적을 위한 응용수학만이 중시되는 분위기를 비판하며 <어느 수학자의 변명>이라는 회고록 형식의 책을 저술했습니다. 수학의 심미성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1) The Science Times - 수학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2) 국문 위키백과 - 수학
3) 영문 위키백과 - Lebombo bone
4) 동그라미 - 수학과 기하학, 이집트 피라미드와의 만남
이미지 출처
1) Andrej Kapcar - the Lebombo bone
2) 국문 위키백과 - 나일강
3) Geom Software - 2.5D Terrain Triangulation and Point Cloud Simplification
4) KAIST 수리과학과 - 김재경 교수, 수학 통해 생체시계 유지 원리 60여년 만에 밝혀
5) 교보문고 - 어느 수학자의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