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기 배연우
이제 본격적으로 MZI(마하 젠더 간섭계)와 Franson형 비국소적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MZI는 앞의 글에서 설명한 두 개의 BS와 거울, 그리고 두 개의 검출기로 이루어진 실험 기기입니다. 구조는 다르지만 원리적으로는 마이켈슨 간섭계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험 구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a]
여기서 BS 일반해와 위상 변화를 적용시켜 계산하면 아웃풋 전기장, 즉 두번째 BS에서 나오는 전기장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결과는 cos 함수 형태로 나타나는데요,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네, 간섭 무늬를 보인다는 것이죠. 앞 편에서 설명한 HOM dip 현상은 이 마하젠더간섭계에서도 당연히 나타납니다. 두번째 BS에서 아웃풋되는 전기장은 오직 한 검출기에서만 검출이 되어요. 또한 중간에 시간지연 등의 조작을 가하거나 위상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두번째 BS에 도달한 두 전기장은 서로 결맞는 상태이기에, 간섭 무늬가 나타날 것입니다. 고전적인 입장에서도… 이것은 당연하고, 단순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단일 광자’를 인풋시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양자역학의 기묘한 성질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자, light source로부터 단일 광자가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미 첫번째 BS에서 50%의 확률로 어느 한 경로로 가는 것이 확정되어야 합니다. 입자 하나로는 나눠질래야 나눠질 수는 없으니까요. 따라서 간섭 무늬는 나타날 수 없고, 검출기에는 단일 광자가 ‘띡’하고 검출되어야만 할 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 광자는 ‘간섭 무늬’를 보입니다. 믿을 수 없는 현상을 검증하고자 단일 광자가 지나갈 통로, 예를 들면 첫번째 BS를 통과하는 경로에 검출기를 설치하는 순간, 광자는 입자의 성질을 보입니다. 간섭 무늬는 사라지고, 검출기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단일 광자가 검출됩니다. 관측하고자 하면 입자로 행동하고,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으로 행동하는, ‘파동함수의 붕괴’라는 개념을 여실히 보이는 대목이지요.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답은 이미 1편에서 했습니다.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이상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받아들일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시나요?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어도 일단은 사실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말입니다. 지금부터 Franson 형 비국소적 상관관계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실험으로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겨운 양자역학의 비국소성에 대해서요.
Franson 형 비국소적 상관관계는 일종의 Bell 부등식 검증 실험입니다. 1편에서 설명하였던 그 내용이죠. 아마 해당 편에서는 상당히 추상적으로 설명하였기에 그 의미가 전달되기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 이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Franson 형 비국소적 상관관계는 단순히 얘기하자면 두 개의 MZI를 이용한 실험입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하나의 light source에서 얽힘 상태에 있는 두 광자를 두 MZI를 향해 동시에 발사한 모양새인 것이죠.
[b]
이때 각각의 MZI에서 한 경로에 의도적으로 위상을 바꾸어주는 위상 조절기를 설치했다고 합시다. 그리고 위상을 일정 양 변화시켜 봅시다. 그러면 각각의 MZI에서의 결맞음은 깨지고 당연히 간섭무늬도 사라지겠지요. 정보가 뭉개졌다고 표현해보겠습니다. (이 표현은 상당히 추상적이며, 오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간섭무늬가 사라진 두 결과를 곱하게 되면 정말 이상하게도, 간섭 무늬가 다시 나타납니다.
수식으로 설명하면 더 편하겠지만, 문제를 간단히 해보겠습니다. MZI 1에서 간섭되는 두 전기장(하나의 광자로부터 비롯되었으나 계산은 파동의 개념으로 이루어집니다.)중 위상이 변화되지 않은 것을 a1, 위상을 변화시킨 것을 b1이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MZI 2에서 위상이 변화되지 않은 것을 a2, 위상을 변화시킨 것을 b2라고 해봅시다. 자, MZI 1에서 a1과 b1은 결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a1과 a2, 그리고 b1과 b2는 결이 맞습니다. 서로 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두 간섭계에서 말이지요. 다시 실험으로 돌아와서…
앞서 정보가 뭉개졌다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MZI 1의 결과와 MZI 2의 결과를 그냥 곱해서는 간섭 무늬가 나타날 수 없습니다. 뭉개진 두 전기장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a1, b1, a2, b2를 곱해주면 결과는 간섭 무늬가 나타나며, 이것이야말로 실험과 부합하는 결과입니다. 분명 실험에서는 MZI 각각의 결과, 즉 결맞음과 얽힘이라는 정보가 뭉개진 것을 곱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곧 각각의 간섭계가 ‘비국소적인 정보 전달’을 했다는 것입니다! 양자얽힘의 정보전달, EPR의 대표적인 예시, Bell 부등식을 간단히 위배해버리는 결과인 것이죠.
긴데다가 그리 재미도 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앞선 내용들과 달리 한글 자료는 찾아보기도 힘든 내용이었습니다.(자세한 내용과 수식적인 설명은 참고문헌 [1]을 읽어주세요.) 그러나 여기까지 와주셨다면, 분명 양자역학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국소성이라는 양자역학의 기묘한 성질에 대해, 양자역학 그 자체에 대해, 어떤 의문을 품게 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양자역학 특집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1] Byoung S. Ham, “The origin of correlation fringe in Franson-type experiments”, 2020
이미지 출처
[a] https://www.rp-photonics.com/bg/buy_interferometers.html
[b] By Osung Kwon,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The-schematic-of-Franson-interferometer-Post-selecting-the-central-peak-in-the-TCSPC_fig1_258036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