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4월호의 실제 지면 삽입 페이지. 장애인 접근성 향상 기사의 스마트폰 기술 서술 부분에 점자가 삽입되어 있다.

“2차원 지면 편집의 아름다움, 이들 지면이 선형으로 배열되며 만드는 리듬, 그 리듬이 간혹 깨지는 파격이 주는 유머, 그리고 2차원 지면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통해 역설적으로 한계의 의미에 대해 성찰할 기회까지 제공해 줄 수 있는 게 잡지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런 시도를 하나 했습니다. 장애인의 정보기술 접근성에 대한 짧은 기사를 준비하면서 기자들의 아이디어로 점자로 해당 기사 요약을 제공하고 음성 기사로 연결한 페이지를 삽입했습니다. 점자 그림이 아니라 실제 점자 페이지예요.”[1]

2021년 과학동아 4월호가 나왔습니다. 한동안 과학 잡지를 읽지 못했던 터에,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번 과학동아에서 장애인의 정보기술 접근성에 대한 기사의 요약본을 ‘실제 점자’로 실은 것입니다.

Pitchicle은 이 소식에 반가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보기술의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일이니까요. 잡지라는 2차원 지면의 한계.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생각되지도 않는, 시각장애인은 지면 속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그 한계를 깨는 시도였습니다. 물론 이 시도에도 한계가 없지는 않습니다. 만든 이들이 비장애인들인 만큼 생각지 못한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결례가 되었거나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동아의 이 시도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 필자는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교구를 개발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무지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고정관념과 달리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전맹인 것은 아니며, 교육과정은 일반학생들과 동일하였고 사용하는 교과서도 점자화 되어있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내용은 동일하였습니다. 그런 반면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한 학습 교구는 거의 구비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교과서 속 이미지는 그냥 빠지거나 간단한 설명만 붙습니다. 대학 강의를 들을 때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지 못 해 어려움을 겪고, 문제집이 점자화 되는 시간에는 수 개월이 걸립니다. 웹 사이트의 글은 텍스트 리더기 등을 이용하면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지에 대한 정보나 대체 텍스트는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잡지 등과 같이 지면만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혼자 힘으로 접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비장애인들이 지나치기 쉬운 맹점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과학동아와 같이 유명한 잡지에서 점자 잡지라는 시도를 했다는 것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혹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과학동아 4월호의 점자 지면을 접하게 된 독자들은 분명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 기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장애인인 사람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대중’이라는 단어에 어떤 사람들이 포함되지 못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그리고 어쩌면, 조금이나마 변해가는 세상에 약간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는 조금이나마 멈추지 않고 계속 변해갈 것이라고요.

인용을 허락해주신 윤신영 기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출처

[1] 과학동아 윤신영 기자 트위터, https://twitter.com/shinyoungyoon/status/1375293018375213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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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우(yeonwoo.bae)

2021-09-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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