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기 배연우
1편에서는 EPR과 벨 부등식을 통해 양자역학의 비국소성에 대해 대략적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HOM dip이라는 현상이 있다 정도로 설명한 뒤 결맞음과 간섭 현상에 대한 내용을 같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추후 설명할 Franson 형 비국소적 상관관계에 대한 배경지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홍-오우-만델 효과(HOM)은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Chung Ki Hong, Zhe Yu Ou 그리고 Leonard Mandel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습니다. HON interfernce는 양자역학의 기초연구 및 실제적 연구의 많은 부분에 기반이 되는데요, 이 효과는 빔 스플리터를 사용한 거의 모든 실험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빔 스플리터란 것은 또 무엇일까요? 빔스플리터(BS)는 어떤 비율에 따라 입사광을 나누는 광학 기구입니다. 아래 사진은 plate 형 빔스필러터로, 입사광의 일부는 반사하고 일부는 투과시켜 분리를 하는 것입니다. 빔스플리터의 원리는 언젠가 다른 기사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빔스플리터의 입력 전기장과 출력 전기장 간의 관계가 처음 언급된 것은 1980년 논문 “Phase shift between the transmitted and the reflected optical fields of a semireflecting lossless mirror is π/2 “이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마이켈슨 간섭계 실험의 조건에서 에너지 보존을 지키기 위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는지를 따져 빔스플리터의 일반해를 도출하였습니다. 아래 그림을 한번 보실까요?
A에서 나간 빛은 H지점에서 절반은 반사되고 절반은 투과될 것입니다. 거울인 B와 C에서 반사된 빛들은 다시 H에서 나눠져 A또는 D로 들어갈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빛의 경로는 AHBHD, AHCHD, AHBHA, AHCHA가 되겠군요. 여기서 각 빛에 대한 위상차를 생각해봅시다. 거리에 의한 경로차, 거울에서 반사로 인한 위상차, 빔 스플리터에서의 투과와 반사로 인한 위상차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것들을 수식으로 나타내고 A에서 나온 빛은 A와 D에 도달하는 빛의 에너지와 같다는 점을 이용하면 깔끔한 결과가 나옵니다. (전개 과정은 논문 본문을 참고해주세요.) 투과로 인한 위상차와 반사로 인한 위상차는 π/2만큼 차이난다는 것이지요. 이 사실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양자역학은 이중성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는 학문입니다. 현재 양자에 대한 실험들은 대부분 ‘입자’의 관점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실험에서는 단일 광자가 쓰이는 경우가 많지요. 이때 우리는 이 단일 광자 개개에 대한 위상을 알 수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위상이란 것은 파동의 고유 속성이니까요. 입자의 관점으로 실험을 하는 이상 직접적으로 위상을 알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위에 설명한 과정을 통해 과학자들은 투과한 광자와 반사된 광자의 상대적 위상을 알아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 사실을 이용하면 빔 스플리터에 입력된 전기장과 출력될 전기장의 관계식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입력 전기장과 아래 BS 식을 곱한 것이 출력 전기장이 되는 것이죠.
갑자기 행렬이라니 당황스럽습니다. 왜 허수가 있는지도 의아스러울거고요. 정성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위의 마이켈슨 간섭계를 단순화 시켜 빔 스플리터에 두 개의 전기장이 인풋되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A와 D에서 각각 전기장이 들어간다고 말이에요. 자, 그럼 A의 빛의 절반은 반사를, 절반은 투과를 하게 됩니다. D의 빛도 마찬가지에요. 그렇다면 출력되는 빛은 A의 투과파와 D의 반사파를 합한 것 하나, A의 반사파와 D의 투과파를 합한 것 하나, 이렇게 두 빛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로 행렬 내에 1과 i가 번갈아서 있는 것이에요. 행렬곱을 전개하게 되면 1과 곱해진 전기장이 하나, i와 곱해진 전기장이 하나가 더해지게 되는데 이것을 각각 투과된 전기장과 반사된 전기장이라고 생각하여 이해해봅시다. 직접 식을 전개해보면 좀 더 이해하기 편할 거에요. 그럼 다시 HOM dip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HOM dip은 방금 말한 빔스플리터에 ‘식별 불가능한 두 광자’가 인풋되었을 때 일어나는 흥미로운 간섭 현상입니다. 식별 가능성이란 단어 그대로, 어떤 광자들이 있을 때 이들을 ‘다르다’고 구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를 테면 편광, 시간 지연, 스펙트럼… 이러한 차이들이 있겠지요. 반대로 이러한 특성들이 모두 동일한 두 광자라면 우리는 그 광자들을 식별할수 없을 것입니다.
U 모델링이라던지 이 광자들의 간섭을 나타내는 수학적 방법이 있습니다만, 그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참고문헌 [1]을 참고해주세요. 수식전개를 따르면 답은 간단합니다. a만 투과하고 b는 반사되어 두 광자가 오른쪽 검출기로 가는 경우, 둘다 반사되어 a는 위쪽 검출기로, b는 오른쪽 검출기로 가는 경우, 둘 다 투과되어 a가 오른쪽 검출기로, b가 위쪽 검출기로 가는 경우, a는 반사되고 b는 투과되어 두 광자가 모두 위쪽 검출기로 가는 경우입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이러한 네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반 수학적 계산을 하면 마지막 두 경우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부호가 붙게 되지요. 지금 설명한 것들은 광자의 종류와 관계없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각 검출기에서 광자가 하나씩 검출될 가능성은 50%겠지요. 그런데 앞에서 식별 불가능한 광자에 대한 얘기를 했지요? 만약 인풋되는 두 광자의 모든 성질이 같아서 식별 불가능할 경우 가운데의 두 항이 서로 상쇄되어 ‘소거’됩니다. 따라서 각 검출기에서 광자를 하나씩 검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0이 됩니다. 이러한 간섭을 HOM 간섭, 즉 HOM dip 효과라고 하는 것인데요, 아래 그래프를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는 시간 지연이라는 광자의 성질에 따라 광자 하나만 검출될 가능성(일치 확률)을 그린 그래프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두 광자를 구분할 수 있는 요소인 시간 지연의 차이가 줄어들 수록 광자가 하나씩만 관측될 확률이 50%에서 서서히 줄어들어 결국은 0에 이른다는 의미에요. 골짜기 모양이라 하여 dip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결국 두 광자가 결맞는 상태라면 두 광자는 반드시 한 경로로만 향하여 ‘간섭 무늬’를 만듭니다. 잠깐, 여기서 결맞음이란 무엇일까요? 영어로는 coherence, 두 개 이상의 파동이 합해질 때 간섭 현상의 정도를 결정하는 성질로 불립니다. 완벽한 결맞음은 파동들의 주파수 및 파형이 동일하며 그 위상 차이가 일정할 때를 말합니다. 결맞음이란 시간적, 공간적으로 일정한 간섭을 가능케 하는 이상적인 속성인 것이지요. 예를 들어 백열등에서 나온 빛은 수많은 원자들이 제각각 다른 위상의 빛을 내기 때문에, 즉 결이 거의 맞지 않기 때문에 간섭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레이저에서 나온 빛은 높은 결맞음을 유지하는 빛으로써 간섭현상이 잘 일어나는 경우가 됩니다. 이 HOM dip 현상에서도, 식별 불가능한 두 광자는 결맞음 상태에 있기 때문에 간섭 무늬를 보이는 것이지요. 이렇게만 보면 HOM dip 현상은 당연한 현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음에 설명할 Franson 형 비국소적 상관관계를 보고나면, 이것이 얼마나 기묘한 현상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3편에서는 MZI 간섭계와 Franson 형 비국소적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Agata M. Bra´nczyk, “Hong-Ou-Mandel Interference”, Perimeter Institute for Theoretical Physics, Waterloo, Ontario, N2L 2Y5, Canada
[2] Vittorio Degiorgio, “Phase shift between the transmitted and the reflected optical fields of a semireflecting lossless mirror is π/2 “, American Journal of Physics 48, 81 (1980); doi:10.1119/1.12238
이미지 출처
[a] 에드몬드 옵틱스, “https://www.edmundoptics.co.kr/knowledge-center/application-notes/optics/what-are-beamsplitters/”, (2021.02.04)
[b] Vittorio Degiorgio, “Phase shift between the transmitted and the reflected optical fields of a semireflecting lossless mirror is π/2 “, American Journal of Physics 48, 81 (1980); doi:10.1119/1.12238
[c] Agata M. Bra´nczyk, “Hong-Ou-Mandel Interference”, Perimeter Institute for Theoretical Physics, Waterloo, Ontario, N2L 2Y5, C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