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복제시켜 대대로 그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많은 생물들이 광합성, 호흡, 소화, 배설, 순환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수행한다. 즉 모든 생물은 오로지 자신의 유전자의 대물림을 위해서 행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유전자(다른 종, 개체군, 개체)와의 경쟁은 필수 불가결하며, 다양한 유전자 중에서 이타적인, 즉 자신의 자원을 통해 다른 유전자의 자가복제를 늘리는 방향의 유전자는 경쟁에서 패배했고 이기적, 즉 다른 이의 자원을 이용해 자가복제를 늘리는 방향의 유전자가 경쟁에서 살아남게 되었다. 이것이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의 주된 내용이며, 이를 통해 진화생물학, 자연의 여러 행동 양상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개미의 이타적인 행위는 매우 특이하다. 보통의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만을 위해 영양분, 자원 등을 독식하거나 자신의 후손에게만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개미, 특히 일개미의 경우를 보면 Trophallaxis 라고 불리는 자신의 먹이를 다른 개체와 나누는 행위를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여왕개미를 위해 여왕개미의 자식을 스스로 돌보기도 하며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까지 한다. 어떻게 개미는 이런 이타적 행위를 얻을 수 있었는가?

Trophallaxis (출처: antwiki)

개미의 이타적인 행위는 일반적인 유전자적 관점에서 볼 때 다소 역설적인 면이 있지만 이 역시 유전자적 관점에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은 아님에 틀림없다. 개미를 비롯한 사회성 벌목의 유전자는 다른 유전 양상과 다른 형식을 띠고 있다. 보통 우리에게는 수컷은 XY, 암컷은 XX 염색체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개미는 수컷은 X, 암컷은 XX 염색체를 가진다. 이러한 개미의 성 결정 시스템을 ‘반수이배체’라고 하며 이 반수이배체에 기반한 유전은 개미의 이타적 행동 양상을 설명해줄 수 있다.

위 그림과 같이 유정란에서는 염색체가 XX인 암컷이 나오고 일개미와 여왕개미가 여기에 해당한다. 무정란에서는 수컷이 나오고 생식의 임무만 수행하는 수개미가 이에 해당한다. 여왕개미의 경우 유정란과 무정란의 개수를 조절할 수 있어 때에 맞게 적절한 성비의 알을 낳는다. 그런데 이러한 성 결정 시스템이 어떻게 개미의 이타적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가?

위 그림은 개미의 성 결정 시스템에서 염색체의 출처를 표시한 것이다. F2끼리는 부모가 같은 자매 관계이며 이 둘은 일개미일 수도, 여왕개미일 수도 있다. F2의 유전자 중 절반은 M1으로부터 온 유전자인데, 이때 M1의 유전자가 2n이 아닌 n이므로(다른 말로 하자면 XY가 아닌 X 염색체이므로) 유전자의 양이 암컷에 비해 절반이기 때문에 M1의 모든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주게 된다. 이는 F2에게 파란 유전자가 모두 2개씩 들어있는 모식도를 통해 설명 가능하다. 또한 F1으로부터 받게 된 유전자는 F1 유전자의 절반이므로 F2 사이에는 25%의 유전자 연관율을 추가로 얻게 된다. 따라서 F2 사이에는 총 75%의 유전자 연관율을 보이게 된다.

유전자 연관율이 75%나 된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자연에서 어떠한 개체가 다른 개체에게 이타적 행위를 하는 것은 언제일까? 그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이타적 행위를 할 때이다. 다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부모는 자식에게 이타적 행위를 하는가? 물론 이에 대한 다양한 답변이 있을 수 있으나 유전자적 관점에서 볼 때 자식은 부모 자기 자신의 유전자 연관율 50%를 가진 개체이기 때문이다. 50%의 유전자 연관율을 가졌음에도 지극정성으로 자식을 돌보는데 과연 75%의 유전자 연관율을 가진 개미는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즉 개미는 자신이 자식을 낳아 50%의 유전자 연관율을 가진 후대를 기르는 것보다 자신의 어머니인 여왕개미가 자신과 75%의 유전자 연관율을 가지는 자매를 계속 낳게 도우는 것이 훨씬 이득인 셈이다. 이를 통해 개미의 이타적 행위가 발생했을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여왕개미는 평생을 안전하게 살 수 있고 온갖 자원과 먹이를 공급 받지만 50%의 유전자 연관율을 가진 자식만 낳을 수 있고, 일개미는 온갖 위험에 시달리고 여왕개미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지만 75%의 유전자 연관율을 가진 자매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는 우리가 판단할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것이 개미의 이타적인 행위를 완벽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미의 사회성을 말하는 어느 정도의 완성도 높은 설명이다. 따라서 개미의 이타적 행위는 사실 이타적 행위가 아닌 철저한 자신의 유전자를 위한 이기적 행위이다. 찰스 다윈은 개미의 이타적 행위를 보고 이 의문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만 이제 우리는 그것이 유전자에 기반한 이기적 행위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개미의 성실함과 이타성을 본받으라 하지만 사실 개미는 성실하지도 이타적이지도 않다. 이는 그저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이 불러낸 개미에 대한 오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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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seongun.jo)

2021-08-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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