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은 본 편을 설명하기 위한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을 언급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양자역학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코펜하겐 해석이 무엇인지 같은 개념들 말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설명되어있는 다른 자료가 많으니 그런 것들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특집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바로 본 편으로 넘어가주셔도 좋습니다.

양자역학이란 미시적인 계의 현상을 다루는 물리학으로, 1900년 흑체 복사 실험의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처음 생겨났습니다. 물리학 2에도 나오는 내용이지요. 당시 고전역학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실험 결과를 해석하기 위하여 플랑크는 에너지가 어떤 상수배만을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플랑크 상수, h죠. 이 가정을 도입하자 결과가 깔끔히 설명되었습니다. 그러나 플랑크 그 자신도 에너지가 양자화 되어있으리라곤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E=hf의 진동수 f는 광자 에너지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물체가 복사 형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최소 에너지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플랑크 이후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해왔고요.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로 광자 개념을 도입한 뒤로도 그 해석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1924년, 사티엔드라 나스 보스는 아인슈타인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플랑크 법칙과 빛 양자 가설” 이라는 제목의 논문이었는데요, 이 논문에서 보스는 복사가 ‘빛 양자’의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하면 그로부터 플랑크 법칙을 도출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빛 양자의 존재에 강력한 근거가 되는 이론이었죠. 간섭과 회절 등의 성질로 이제껏 빛은 파동이라 생각되어왔기에 이러한 변화들은 빛의 이중성에 대한 문제를 대두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보로이의 물질파 또한 제시되었습니다. 운동량과 파장을 관련시킨 유명한 공식 말입니다. 그 뒤로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에 의해 파동역학과 행렬역학이라는 양자역학의 수학적 틀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렇듯 발전해가는 양자역학을 단단히 받쳐준 것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코펜하겐 해석이지요. 그럼 잠깐 불확정성 원리와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불확정성 원리는 계에 간섭하지 않는 측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리입니다. 위치와 운동량, 에너지와 시간 같은 관계에 있는 물리량들은 측정함에 있어 정확도에 한계가 있고, 심지어는 관측 행위의 순서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고 말합니다. 처음의 관측에 의해 상태가 변화하여 다음 관측에서는 처음과 같지 못한 상태에 대해 측정을 수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지요. 양자역학은 어떤 양자의 위치는 관측 전에는 파동 함수, 즉 확률의 형태로 전 공간에 퍼져있습니다. 다만 어떤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이 높다 뿐이지요. 그리고 관측을 수행하는 순간에서야 양자의 위치가 한 곳으로 정해지는 것입니다. 불확정성 원리는 하이젠베르크의 현미경이라는 사고 실험과 행렬역학적 계산결과를 통해서도 익히 증명되어 온 원리입니다. 이에 대한 해석인 코펜하겐 해석은 상보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상보성이란 파동이면서 입자일 수는 없고 관측에 따라 파동 또는 입자의 성질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응? 양자역학은 이중성이니 뭐니 하는 것이 중점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상보성에 대한 설명의 뒷부분을 살펴볼까요? ‘관측에 따라 파동 또는 입자’라는 부분 말입니다. 흔히 빛의 이중성을 논할 때 광전효과와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을 논하지요. 이 두 개의 실험은 완전히 별개의 실험입니다. 관측 방법이 엄연히 다르지요. 관측에 따라 파동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한 것, 이것을 이르러 이중성이라 하는 것입니다.(물론 거시적 세계에서는 거의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죠.) 앞서 말한 불확정성 원리도 이중성과 관련이 있어요. 파동에서 정확한 위치를 정의할 수 있나요? 광자로 서술하는 빛에서 주파수를 통해 운동량을 정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나요? 그렇습니다, 두 성질은 ‘동시에’ 측정될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일 수 있는 마하젠더간섭계에서의 실험은 본 편에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코펜하겐 해석은 파동 함수의 형태, 즉 확률적으로 존재하던 양자가 관측당하는 순간 전 공간의 파동 함수가 한 지점으로 붕괴하여 상태가 결정된다는 해석입니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가장 정통적인 해석으로 통용되지요. 이 코펜하겐 해석으로부터 양자 얽힘이라는 기묘한 개념이 비롯되었고, 이에 반대하는 EPR 역설 등이 제창되었습니다만… 이 내용들은 이제 본 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김영훈, “양자역학 개론”, 광운대학교

이미지 출처

[a] 김기범, ‘양자역학 뿌리’ 불확정성 원리 결함 발견,”https://news.zum.com/articles/1423385”,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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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우(yeonwoo.bae)

2021-08-0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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